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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스토리

주홍에 물들다

  • 등록일2020.02.06
  • 6303
약학대학 주홍장학회

겨울과 봄의 경계인 2월 말, 쌀쌀함이 가시지 않은 교정에 약학대학 동문들이 대거 집결했다.  여고동창회마냥 왁자지껄 익숙한 수다와 흥이 넘쳐나는 현장. 

바로 약학대학 소속의 주홍장학회 모임이다. 


 
주홍장학회가 아주 오래됐다고 들었어요. 처음 만들어진 계기가 있나요?


정준순 회장(약학 72졸)_1982년에 약대동창회 임원간사회에서 각 기수별로 장학금을 모금하기로 하고 주홍장학회가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벌써 40여 년이 다되어 가네요. 선후배 간의 네트워킹이 끈끈하고 사회생활도 활발히 하는 동문들이라 장학회가 꾸준히 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약대 동창이라면 누구나 세대불문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수혜 받은 장학생도 아주 많겠네요.
정준순 회장_ 1984년 1학기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매년 3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학기당 300만원 씩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지금까지 총 180여명의 장학생을 배출했습니다. 처음 3천만 원으로 시작해서 현재 약 6억 원의 후원금이 조성되었고, 매년 100~200만원씩 장학위원들이 후원하는 금액과 ‘올해의이화인’ 기수별 장학금을 십시일반 더해 장학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홍장학회는 우리 약학대학 학생들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라고 할 수 있죠.
 
홍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하헌주 약학대학장_ 학창시절 가슴에 달고 다니던 배지 색깔이 주홍색이었어요. 약학대학 상징색인데, 우리가 모두 약대 출신이라 장학회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정열의 색이라 그런지 주홍장학회 분들 모두가 열정적이고 활달하고 모든 일에 열심이세요.
 

첫줄 좌로부터 김송자(67졸), 정준순 위원장(72졸), 하헌주 약학대학장(81졸), 이강희(66졸), 이미애 약대동창회장(79졸) 두번째줄 황경수(88졸), 김경옥(72졸), 김용재(82졸), 한숙영(79졸) 세째줄 권영주 부학장, 황미경(79졸), 김해임(86졸), 황미경(86졸)

 

 

주홍장학회 참여 소감은?


김송자 동문(약학 67졸)_ 2011년에 주홍장학회가 있다는 걸 알고 처음 인연을 맺게 됐어요. 바쁜데도 불구하고 모임에는 꼭 참석하려고 애씁니다. 다양한 선후배들과의 만남은 행복 그 자체거든요. 이런 기쁨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약대 동창들이 줄줄이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김경옥 동문(약학 72졸)_ 사실 ‘약국’이라는 공간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가장 직접적으로 많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인지 약사를 직업으로 삼다보면 절로 베풀고 돕는 마음이 몸에 베이는 것 같아요. 약대 선배님들의 크고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우리 주홍장학회의 최고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강희 동문(약학 66졸)_ 가끔 신문이나 TV에서 평생 모은 재산을 연고도 없는 이웃대학에 쾌척하는 기사를 볼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저는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모교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먼데 안가고 힘 안들이고 ‘장학이사’ 타이틀도 달고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도 있어서 정말 기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홍장학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텐데요.


황경수 동문(약학 88졸)_ 저는 옛날에 수혜자였다가 지금은 후원자가 된 사람입니다. 학생 때 장학금을 3번이나 받게 되서 학업을 마치는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졸업 후 감사한 마음을 다시 돌려주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네요. 한참 나이들은 뒤에 주홍장학회를 알게 되어 열심히 후원하고 있습니다.


황미경 동문(약학 79졸)_ 저도 장학생 출신입니다.(웃음) 학교 다닐 때 어렵게 공부했는데 약대 장학금이 큰 힘이 되어 주었죠. 누구보다 장학금에 대한 애절함을 잘 알기에 어려운 후배들을 열심히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용재 동문(약학 82졸)_ 사람들은 “기부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진정한 기부란 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귀한 돈을 좋은 일에 나눌 때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정준순 회장_ 선한 씨앗을 뿌린 선배님들과 동창들이 계셨기에 주홍장학회라는 사랑의 열매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씨앗이 자라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과 위안을 주듯 주홍장학회도 앞으로 더 발전해서 더 큰 나눔의 통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Pay it forward’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도움을 준 사람에게 되갚는 방식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제 3의 다른 사람에게 갚아가는 선행의 연쇄반응을 뜻한다. 그래서 ‘Pay it forward’는 딱 그만큼이 아니라 수 십, 수 백 배로 커지는 특성이 있다. 

 

주홍장학회는 누구보다 ‘Pay it forward’를 잘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선배에게서 받은 선행의 씨앗을 잘 키워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내가 받은 장학금을 다시 다른 후배들에게 돌려준다. 그야말로 주홍의 진한 물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