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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ha University

기부스토리

나의 마음에 자리 잡은 이화의 교육, 그리고 캠퍼스

  • 등록일2020.02.06
  • 5431
김정식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이사장

이화의 캠퍼스는 무척 아름답다. 특히 건물들간의 전체적인 조화가 매우 잘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그것은 한 건축가의 꾸준한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78년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설계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20개 이상의 건축에 참여한 목천김정식문화재단 김정식 이사장(정림건축 명예회장, 디자인캠프 문박 DMP 회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뜻 깊은 후원


김정식 이사장은 이화여대에 글로벌여성교육허브기금 10억 원을 쾌척했다. “그동안 변함없이 저를 불러주셔서 이화의 건축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이에 저는 이화의 가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 왔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 전부터 하고 싶었던 걸 실행했을 뿐이에요.” 그는 이번 기부를 ‘가족으로서의 의무’라 표현했다. 


그에게는 오래 전부터 깊은 고민이 있었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일을 많이 따느냐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사느냐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뜻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과부를 돕는 선한 일을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었지만, 어떻게 돕는 것이 가장 선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따랐지요. 저의 결론은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즉,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교육이 아니라 ‘기독교 교육’이어야 했고, 이 모든 것을 겸비한 곳이 이화였습니다.” 김정식 이사장의 후원에는 이처럼 깊은 철학적 고민이 담겨 있었다.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화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이화는 타 학교와 같은 분란이 없는 정말 깨끗한 학교입니다. 특히 이화를 설립한 스크랜튼 선생님의 뜻은 정말 갸륵합니다. 그분이 고결하고 훌륭한 투자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정신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화가 잘 실현하고 있다고 보여지고요.” 




인천국제공항,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 상암월드컵경기장, 국립중앙박물관 등 나라의 굵직한 건축에도 참여해 온 원로 건축가 김정식 이사장의 눈에 보이는 이화 캠퍼스는 어떤 모습일까. “전체적인 조화를 잘 이루는 아름다운 캠퍼스입니다. 제가 처음 이화의 건축에 참여했을 당시 정의숙 총장님께서 두 가지 주문을 하셨어요. 하나는 돌로 만들어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붕이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죠. 이화여대의 건물은 지붕이 참 아름답고, 캠퍼스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어요.” 이화의 수많은 건축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박물관이라고 한다. “박물관의 지붕은 5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화의 꽃잎을 상징하고 있어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100여개의 안을 만들었어요. 아주 고통스럽게 탄생한 건물이지요.” 그 다음으로 꼽은 건축물은 이화학당 행정동 건물이었다. “행정동 건물은 ‘미인’에 비유하고 싶어요. 미인은 얼굴만이 아니라 체격까지 갖춰야 하는데 행정동은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미인이에요.” 이화에서 그는 예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에 깊이 있게 뚫린 공간을 만들어 빛이 들어오는 밝은 공간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둔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설계된 건물이 중앙도서관, 학생문화관, 법대, 삼성교육문화관 등이다. 


2006년에 그는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평생 종사해 온 건축 분야에서 ‘선한 일’을 하고 싶었다. 건축은 범위가 넓어서 처음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고민 끝에 두 가지로 좁혀졌다. 하나는 환경을 돌아보기 위한 건축을 하기 위한 ‘친환경 교육’이고, 또 다른 하나는 ‘건축가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이다. 건축가들의 설계도는 대부분 없어지고, 오래된 지은 건축물이 헐리게 마련이다. 후세를 위해 보존해야 할 건축물의 리스트를 만들고, 작품을 찾아내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초창기 이화여대 신촌 캠퍼스를 설계한 보리스 선교사의 마스터플랜을 찾아내 이화여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들, 김중업의 주한프랑스대사관, 엄덕문의 세종문화회관 설계도도 찾아냈다. “이조실록이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 자료입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후세들을 위해 건축계에 남겨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해서 시작했습니다. 우리 근대 건축의 맥락을 수립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선한 일꾼이 되어주세요


이처럼 그의 삶에 ‘선한 일’을 향한 진정어린 고민과 실천의 흔적이 있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신앙적 자각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가 너무나 큽니다. 어떻게 하면 바른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고민하지만, 바르게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며, 선한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화의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우선 꿈을 가지고, 다음으로 이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십시오. 이런 좋은 학교의 학생은 앞으로 나가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잘’ 사는 데 집중하지 말고, 사회에 기여하는 선한 일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